균형

from monologue 2003. 5. 22. 23:44

  최근에 균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비뚤어진 사진을 찾게 되었을 때 부터다. 정사각형 혹은 격자 무늬를 찍었을 때의 비뚤어짐은 말할 것도 없었고, 심지어 그냥 보통의 풍경사진을 봤을 때도 그 '삐뚤어짐' 은 정말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다. 그러나 그 실망은 곧 내 몸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. 중고등 학교 다닐 때 가방을 한쪽으로 메는 버릇이 있었는데..설마..척추측만증?? 원래 키 큰 사람은 허리가 안 좋을뿐더러 내가 원래 자세가 안좋아서..걱정이 되었다. 그런데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니 얼마전에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정상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..

문제는 나의 '대충 찍음' 에 있었다. 삼각대를 맨날 가지고 다닌 다는 것은 무리이므로 차치하고, 예전에는 수평이 잘 맞던 사진이 이제와서 맞지 않는 다는 사실은 성급함이 늘었다고 밖에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일 것이다. 물론 처음 시작 했을 때에 비해 구도나 노출 선택과 같은 면에서는 많이 늘었다. 하지만 셔터 한 번 감을 때의 그 건방짐, 대충 맞춰 버리는 초점, 그리고 비뚤어짐..얻은 것과 잃은 것..얻은 기술과 잃어 버린 초심, 이런 것은 '균형이 맞는다' 라 말 할 수 있을까?

 사람들이 각자 세상 사는 것을 보면 정말 다양하다. 갑부에게 자기 돈을  다 주고 사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20대의 젊음이라고 말하고, 명예를 택 하는 대신 버려도 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건강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. 한 개인의 인생 자체를 보았을 때 착한면과 악한면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으며, 젊을 때 악하던 사람이 후에 회개하는 스토리도 많이 볼 수 있다. 개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시점을 한차원 높혀 완벽히 악한 사람이  있다고 가정하면 분명히 완벽히 선한 사람도 존재 할 것이며(완벽히 악한사람과 선한 사람은 없지만), 거지가 존재하면 부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.

이리저리 실타래처럼 얽혀져 개인의 머릿속, 혹은 인생살이 전체의 조그만 균형에서부터 시작 해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, 인간집단과 인간 집단의 관계에까지 이르러 이리저리 균형이 맞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.

이렇게 생각하면, 무조건적으로 사회가 악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며,  내 인생 자체도 무조건 행복 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균형의 묘를 득할 수 있지 않을까. 이쪽으로 두리뭉실, 저쪽을 두리뭉실 하게 말이다. 필요에 따라 이리 저리 잣대를 옮긴 이러한 균형의 논리는 수학 공식하고는 다르다. 저런 균형이라는 것이 나쁜일이 있을 때 단순히 '잘 되겠지' 하고 자위하는 무책임 함이 될 수 있지만, 이리 저리 부딪히며 사는 세상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 저런 어거지도 필요하지 않을까..사람은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기계가 아니니까..